브라우저 탐방기
2026-09-01
Review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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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라우저를 자주 갈아탄다. 크롬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Floorp에 정착했는데, 그 사이에 거쳐간 것만 열 개다.
글을 쓰려고 순서를 떠올려보는데 중간부터 기억이 흐렸다. 파이어폭스가 먼저였나 웨일이 먼저였나. 그래서 기억 대신 맥북한테 물어봤다.
순서는 파일 시스템이 기억하고 있었다
처음엔 /Applications에 있는 앱 파일 날짜를 보면 되겠거니 했다. 안 된다.
크롬이나 브레이브처럼 자동 업데이트되는 브라우저는 앱을 통째로 갈아치우기 때문에
설치 날짜가 계속 초기화된다. 실제로 확인해보니 파이어폭스 앱이 2024년 11월,
오페라 GX 앱이 그 닷새 뒤로 나왔는데 둘 다 실제 설치일과는 상관없는 숫자였다.
대신 쓸만한 건 ~/Library/Application Support 아래 프로필 폴더의 생성일이다.
앱을 업데이트해도 이 폴더는 안 지워진다.
stat -f "%SB" -t "%Y-%m-%d" ~/Library/Application\ Support/Firefox
파이어폭스 계열은 더 확실하다. 프로필 폴더 안에 times.json이 있고, 여기에
프로필이 처음 만들어진 시각이 밀리초 단위로 박혀 있다.
cat ~/Library/Application\ Support/Firefox/Profiles/*/times.json
{"created":1732933893313,"firstUse":1732933893566}
밀리초라 그대로는 안 읽히니 변환해보면 2024년 11월 30일 11시 31분이다.
python3 -c "import datetime;print(datetime.datetime.fromtimestamp(1732933893313/1000))"
폴더 생성일과 times.json이 같은 날짜를 가리켰다. 교차 검증까지 되니 믿고 쓰기로 했다.
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하나 있었다. 지웠다가 다시 깐 브라우저다. Comet이 그랬는데, 재설치를 하면 프로필 폴더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생성일이 재설치 시점으로 초기화된다. 실제로 Comet 프로필은 2026년 8월 31일로 찍혀 있었다. 그대로 믿었으면 Comet이 맨 마지막에 놓일 뻔했다.
이걸 잡아준 게 이 폴더다.
ls -1 ~/Library/Caches/com.apple.nsurlsessiond/Downloads/
ai.perplexity.comet
com.openai.atlas.web
com.naver.Whale
com.operasoftware.OperaGX
company.thebrowser.Browser
com.google.Chrome
앱이 백그라운드 다운로드를 처음 할 때 번들 ID로 폴더가 만들어지는데, 앱을 지워도 이건 안 지워진다. 여기 있는 Comet 폴더는 생성일이 2025년 11월 18일, 마지막 수정일이 2026년 8월 31일이었다. 처음 깐 날과 다시 깐 날이 한 폴더에 같이 남아 있는 셈이다.
나머지 브라우저들도 이 폴더의 날짜가 프로필 폴더 생성일과 전부 일치했다. 그래서 최종 순서는 이렇게 정리됐다.
| 순서 | 브라우저 | 처음 쓴 날 |
|---|---|---|
| 1 | 크롬 | 2024-01-13 |
| 2 | 브레이브 | 2024-01-14 |
| 3 | Arc | 2024-01-20 |
| 4 | 웨일 | 2024-07-25 |
| 5 | 파이어폭스 | 2024-11-30 |
| 6 | 오페라 GX | 2024-11-30 |
| 7 | Atlas | 2025-10-25 |
| 8 | Comet | 2025-11-18 |
| 9 | 오리온 | 2026-07-31 |
| 10 | Floorp | 2026-08-29 |
기록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도 있었다.
2024년 1월 13일부터 20일까지, 일주일 만에 세 개를 깔았다. 이 맥북을 처음 켠 날이 1월 13일이니 새 기기 세팅하면서 몰아서 깐 셈이다.
파이어폭스와 오페라 GX는 같은 날 설치했다. 기억에는 따로였는데 2024년 11월 30일 하루에 둘 다 깔았다. 작정하고 둘러본 날이었던 모양이다.
Comet과 Atlas의 순서는 내 기억이 아예 틀렸다. 나는 Comet을 먼저 쓴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기록은 정확히 반대였다. 3주 차이라 그 사이에 뒤집혔던 모양이다.
그리고 Atlas는 딱 하루 쓰고 지웠다.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.
1. 크롬 — 출발점
특별한 이유로 쓴 건 아니다. 다들 쓰니까 썼다.
불편한 줄도 몰랐다. 비교 대상이 없었으니까. 그러다 어느 순간 뭔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, 동시에 새로운 브라우저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발현됐다. 지금 돌이켜보면 이 글의 시작점이 저 문장이었다.
2. 브레이브 — 광고차단이라는 신세계
사실 맥으로 넘어오기 전, 윈도우 쓸 때부터 쓰던 브라우저다.
광고차단이 브라우저에 내장되어 있다는 게 당시엔 엄청난 기능으로 느껴졌다. 확장 프로그램을 깔 필요도 없이 켜자마자 광고가 사라지니까.
리워드(BAT) 기능도 있긴 한데, 솔직히 제대로 받아지고 있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.
다만 광고차단 말고는 브라우저 자체의 기능이 다양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. 차단기 하나 잘 만든 크롬, 그 이상은 아니었다.
3. Arc — 예쁜데 메인은 아니었다
미려한 디자인이 특징이다. 사이드바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UI를 보고 있으면 브라우저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앱을 쓰는 기분이 든다.
문제는 확장 프로그램이었다. 크로미움 기반인데도 확장을 다루는 게 불편했다. 결국 메인으로 쓰기엔 아쉬움이 남아서 서브로 밀려났다.
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본 건데, Arc는 2025년 5월 27일부터 유지보수 모드다. 보안 패치만 나오고 신기능은 안 나온다. 개발사인 The Browser Company는 2025년 9월 Atlassian에 약 6억 1천만 달러에 인수됐고, 팀은 Dia라는 AI 브라우저로 옮겨갔다. 내가 마지막으로 Arc를 연 게 2026년 8월 2일이니, 이미 멈춘 브라우저를 1년 넘게 가끔씩 열어보고 있었던 셈이다.
4. 웨일 — 애국심으로 시작했다가 유튜브에서 끝났다
애국자라면 국산 제품을 씁시다는 마인드로 쓰게 됐다. 모처럼 네이버에서 호기롭게 출시한 브라우저이기도 했고.
장점이 확실했다.
- 스크린샷 기능이 편했다
- 모바일 전용 브라우저를 따로 지원한다
- 탭 공유가 된다
그런데 유튜브 영상이 끊겼다. 처음엔 내 환경 문제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만연한 문제였다. 영상 보는 게 브라우저 쓰는 시간의 상당 부분인데 그게 안 되니 답이 없었다. 너무나도 불편해서 결국 내려놨다.
5. 파이어폭스 — 크로미움 밖으로 나온 첫 브라우저
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. 크롬 기반이 아닌 첫 브라우저였다.
처음엔 가벼웠다. 그런데 계속 쓸수록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. 내가 워낙 탭을 많이 띄워놓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.
그럼에도 파이어폭스는 이 탐방기에서 가장 중요한 브라우저다. 여기서 처음 만난 기능들이 이후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.
- 컨테이너와 탭 그룹. 용도별로 세션을 격리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강력했다
- 페이지에서 우클릭하면 나오는 캡처 기능. 이게 진짜 미친 기능인데, 단순히 페이지 전체를 캡처하는 게 아니라 요소 단위로 캡처가 된다. 이게 킥이다
- 세로 탭. 그 당시 크롬에는 없던 것이었다
- 모바일 기기와의 싱크. 너무나도 편리했다
6. 오페라 GX — 서브 브라우저, 그리고 효과음
파이어폭스와 같이 쓸 서브 브라우저를 찾다가 만났다.
게이밍 브라우저라는 신박한 개념으로 등장했는데, 실제로 써보면 컨셉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게 느껴진다. 탭을 열고 닫을 때, 그리고 타이핑할 때 나는 효과음이 겜덕의 마음을 울린다. 기본 화면도 게임 출시 일정이나 게임 업계 뉴스로 채워져 있다.

새 탭을 열면 이 화면이 뜬다. 브라우저를 켰는데 게임 출시 일정부터 보이는 게 정상은 아닌데, 그게 이 브라우저의 정체성이다.
다만 딱 거기까지다. 업무용으로 쓰기엔 맞지 않는 느낌이라 서브 자리를 벗어나진 못했다.
7. Atlas — 하루
ChatGPT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브라우저다. 2025년 10월 21일에 나왔는데, 기록을 보니 나는 10월 25일에 깔았다. 나온 지 나흘 만이다.
ChatGPT가 내장되어 있다는 게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. 그건 확실하다. 그런데 브라우저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여러모로 있었다.
그리고 앞에서 말한 그 하루. 프로필 폴더의 생성일과 마지막 수정일이 둘 다 2025년 10월 25일이다. 깐 날 하루 써보고 그 뒤로 다시 안 열었다는 뜻이다. 앱은 이미 지웠는데 프로필만 남아 있어서 알게 됐다.
8. Comet — AI 브라우저는 이런 것이구나
Perplexity에서 출시한 브라우저다. AI 브라우저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.
페이지 요약이 상당히 유용하다. 다른 브라우저에서 이렇게 쓰려면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별도 서비스를 거쳐야 하는데, 이게 네이티브로 이뤄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. 유튜브 영상 요약할 때도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.
바로 앞의 Atlas와 3주 차이로 깔았는데 인상이 완전히 갈렸다. Atlas는 하루를 못 넘겼고, Comet은 중간에 한 번 지웠다가 최근에 다시 깔아서까지 쓰고 있다. 같은 ‘AI 브라우저’라는 말로 묶이는 둘인데 이렇게 다르다.
9. 오리온 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
사파리와 같은 웹킷 기반이면서 사파리보다 다양한 기능을 내재하고 있다. 디자인도 깔끔하고 UI도 시원시원했다.
좋았던 것부터.
- 집중 모드와 노트 기능은 매우 유용했다
- 카톡이나 외부에서 링크를 눌렀을 때 미리보기 창이 뜨는 것도 좋은 발상이었다
그런데 문제가 너무 많았다.
- 빈번한 버그와 잔렉
- 사파리 계열이다 보니 한글이 궁서체처럼 나오는 문제(브라우저 폰트를 한글 지원하는 폰트로 변경하면 일부 해결되긴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음)
- 방문 기록이 자꾸 사라지는 느낌.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
- 미리보기 창이 제대로 보여지거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오히려 불편했다
- 페이지 로딩이 안 되거나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
- 스플릿 뷰(탭 분할)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
결정적인 건 개발할 때였다. 개발자 입장에서 반응형 뷰나 개발자 도구 쪽이 불편했고, 개발 서버로 확인할 때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멀쩡한데 오리온에서만 제대로 적용이 안 되는 문제까지 있었다. 이건 좀 곤란하다.
10. Floorp — 결국 파이어폭스 계열로 돌아왔다
열 개를 거치고 나서 내린 결론은 파이어폭스가 제일 잘 맞았다는 것이었다. 그래서 그쪽 계열로 알아보다가 발견한 친구다. 특이하게도 일본인이 만들었다고 한다.
파이어폭스를 더 이쁘장하고, 기능적으로 메리트 있게 꾸며놓은 느낌이다.
물론 아직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. 지금 해결 중인 게 두 개 있다.
- 탭 하나를 닫으면 두 개가 닫히는 문제
- 텍스트를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으면 두 번 붙여넣기 되는 문제
그래도 한동안 이 브라우저를 써보려고 한다.
브라우저 아이콘이 밤티인 건 비밀이다 ㅠ
그래서 지금은
Floorp에 정착했다.
열 개를 돌아본 결론이 결국 5번이었던 파이어폭스 계열이라는 게 좀 웃기다. 크로미움을 일곱 개나 거쳐놓고 돌아온 곳이 Gecko였다.
돌이켜보면 갈아탄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, 남게 만든 이유는 하나였던 것 같다. 탭을 많이 띄우는 내 습관을 받아주느냐. 컨테이너와 탭 그룹, 세로 탭이 전부 그 이야기였다. 광고차단도, 예쁜 UI도, 게임 효과음도 그 앞에서는 결정적이지 않았다.
물론 Comet은 요약용으로 계속 열어두고 있다. 하나로 다 되는 브라우저는 아직 못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다.
다음에 또 갈아타게 되면 그때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.
그때는 기억이 아니라 stat 명령어로.